2024년 겨울은 정말로 '격동의 대한민국'이라는 말이 딱 들어맞는 시기인 것 같습니다. 12월 3일, 국민들 입장에서는 뜬금없는 계엄 발표 이후로 2주의 시간 동안 탄핵소추안 가결을 위해 많은 국민들이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에 집결해 왔습니다. 저 역시 그날 그 사건은 인생에서 가장 충격적인 일 중 하나였을 것입니다. 이에 저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어서 14일 집회에 참석했습니다. 호텔나루 서울 엠갤러리는 마포대교를 사이에 두고 여의도와 인접한 5성급 호텔입니다. 이날 집회로 수많은 인파가 여의도로 집결한 관계로 대중교통으로도 여의도 입성이 쉽지 않았기 때문에, 집회 참석 후 이 호텔에서 1박을 투숙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시국에 호텔리뷰를 하는 것이 마음에 걸리기는 하지만, 제가 이번에 머물렀던 프리미엄남산뷰에 대해 간략하게 후기를 작성해 보겠습니다.
1. 호텔나루 서울 엠갤러리 프리미엄남산뷰
집회에 참석해야겠다는 생각을 미리부터 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막상 결정을 내리고 숙박을 예약할 시점에는 남아있는 방이 거의 없었습니다. 제가 예약했던 방은 장애인 편의시설이 갖춰진 저층 일반 객실뿐이 없어서 일단 그것으로 예약부터 진행했습니다. 이 방도 제가 예약하고 나니 기본룸은 모두 예약마감되고 숙박료가 10만 원 가까이 상승하더군요.
호텔 예약 당시 저와 같은 집회 참석자들이 많이 예약한 줄 알았었는데, 직원분께 여쭤보니 투숙 당일 호텔에 기관 행사가 잡혀있었다고 하더군요. 뜻을 함께하는 분들이 많으리란 마음이 조금 있었는데, 뭔지 모를 약간 아쉬운 마음이 들긴 했습니다. 하지만 뭐.. 각자의 사정은 있는 것이니까요..
저는 현재 아코르플러스 플래티넘 등급이라 체크인 당시 고층뷰인 프리미엄남산뷰로 업그레이드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사실 올 여름 한 차례 이 호텔에 투숙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가족 모두 투숙을 하였기에 저층인 패밀리룸에 묵었었습니다. 다른 타입의 객실이 내심 궁금하기도 했는데, 감사하게도 고층뷰에 남산뷰를 배정해 주셔서 각각을 눈으로 비교할 수 있었습니다.
객실은 패밀리룸에 비해 상당히 좁긴 했습니다. 체감상 절반 크기 정도의 느낌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가족 모두 투숙한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지내는데 불편함은 없었습니다.
객실은 퀸사이즈 침대와 소파 및 1인 체어, 탁자가 일렬로 배치되어 있었고, 침대 맞은편으로는 벽걸이 TV가 걸려 있었습니다. 플래티넘 멤버에게는 탄산수 2명과 웰컴푸드가 제공됩니다. 지난번 투숙 때는 간단한 과일과 마카롱 세트가 준비되어 있었는데, 이번에는 과일 구성이 조금 더 풍성해진 반면 마카롱은 2개밖에 없었네요. (그나마 그 마카롱도 일행이 홀랑 먹어버렸답니다.;;)
뷰는 확실한 남산뷰이기는 하지만, 정확히는 주택가뷰라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할 것 같습니다. 실상은 아직 개발이 되지 않은 노후된 주택가와 인근 공사현장이 압도적인 뷰를 자랑하고, N타워나 롯데타워는 조금 과장해서 이쑤시개만 한 사이즈로 관측될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객실창 오른쪽 끝으로 약간의 한강이 보여 조금이나마 개방감이 느껴지기는 했습니다.
욕실은 개인적으로 패밀리룸보다는 더 마음에 드는 구조였습니다. 욕실 넓이는 패밀리룸이 훨씬 넓었지만, 패밀리룸은 욕조가 원형으로 되어있어 다리를 펴거나 등을 기대고 눕기가 편한 구조는 아니었습니다. 반면 프리미엄남산뷰의 욕실은 전형적인 직사각형 구조의 욕조라 오히려 반신욕을 즐기기에는 더 편안한 구조였다고 생각됩니다.
욕실 어메니티는 역시 그로운 알케미스트리 제품이 다회용을 비치되어 있었고, 객실 내 칫솔, 면도기 등이 비치되어 있긴 하지만 환경정책을 이유로 사용시 비용이 발생한다고 안내받았습니다.
2. 여의도 집회 참석 (2024. 12. 14.)
이제 이 호텔에 온 목적을 본격적으로 실행해야 했습니다. 우리는 지난 12월 3일 몇 시간동안이기는 했으나 잠시 개인의 자유가 침해되었던 적이 있었습니다. 생명의 위협마저 느껴지는 절체절명의 순간에도 용기 있는 시민들과 190명의 국회의원들 덕분에 우리는 잃었던 자유를 되찾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는 계엄 사태의 시시비비는 이제 국회를 넘어 헌법재판소에서 가려질 것입니다. 그전에 저는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이렇게나마 제 의사를 표시하고자 이번 집회에 참석하기로 마음먹었던 것입니다.
집회 참석 전, 커뮤니티에 참석 시 준비물들을 알아보고 비루하지만 작은 응원봉도 준비하고 노래랑 구호 외치면 출출해 진다고 간식도 준비하여 서둘러 여의도로 발길을 향했습니다.
호텔나루 서울 엠갤러리는 바로 앞 마포대교를 건너 여의도로 입성할 수 있습니다. 여의도에도 많은 숙박시설들이 있지만 비용이 매우 비싼 5성급 호텔들이 많고, 그 외 호텔들은 이미 만실인 경우가 많더라고요. 찬바람 맞고 조금 걷기는 해야 하지만 호텔나루는 나름 합리적인 금액대로 편하게 집회 참석을 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호텔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집회에 갔을 때는 이미 마포대교 초입부터 사람들의 행렬이 길게 늘어나 있었습니다. 저 말고도 많은 분들이 이번 집회에 동참하시는 모습을 보고 마음 한 켠이 뜨거워지더군요.
여의도 공원에 들어서자 그 인파는 더욱 늘어난 것을 몸소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많은 인파에 결국 저는 국회의사당까지는 진입을 못하고 여의도공원에서 표결 결과가 나올 때까지 함께 구호를 외치며 국회의원 분들께 힘을 보태드렸습니다.
의미있었던 집회를 마치고 다시 마포대교를 건너갈 때는 더욱더 많은 인파가 몰려 한강 다리에서만 1시간 이상 걸었네요. 저 다리 끝 건물 전면에 크리스마스트리가 디스플레이되어 있는 건물이 호텔나루 서울 엠갤러리입니다. 연말이라서 특별히 트리 디스플레이를 만들었나 본데.. 기분 탓인지는 몰라도 낭만적이고 너무 예쁘다고 생각했습니다.
3. 집회 다음날 아침 & 조식
다음날 아침 커튼을 열고 창밖을 내다 보았는데, 하늘의 구름 형상이 정말 인상 깊지 않나요?
제가 느낀 감상은 흡사 이무기와 같기도 하고 혹은 용과 같기도 한 구름이 여의도 쪽에서 용산을 향해 빠른 속도로 이동을 하는데, 입처럼 보이는 부분에는 마침 햇빛이 드리워져 마치 불을 뿜을 준비를 하는 듯 보였습니다. 그저 제 개인적인 감상이었습니다. ^^;
이제는 플래티넘 혜택의 마지막인 무료 조식을 먹으러 왔습니다. 호텔나루 서울 엠갤러리는 22층에 있는 부아쟁 레스토랑에서 조식을 먹을 수 있습니다. 뷔페 형식의 조식인데, 이와 별도로 테이블에서 인당 한 가지의 계란 요리와 커피 혹은 티를 주문하면 가져다주시는 시스템입니다. 계란 요리는 계란 프라이, 오믈렛, 한국식 계란 토스트, 에그 베네딕트와 유사한 에그 플로렌틴이 있습니다.
저희는 계란 프라이를 제외한 나머지 요리를 각각 주문했는데, 오믈렛과 플로렌틴은 예전에 먹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계란 토스트를 받고는 조금 당황스러웠습니다.
위 사진은 올 여름 투숙했을 때 주문했던 계란 토스트입니다. 한눈에 보기에도 크기 차이가 엄청납니다. 정말 한 입거리 밖에 안되게 양이 줄어 아쉬운 부분이었네요. 그래도 다양하게 마련된 뷔페 음식들이 많으니 배는 든든하게 채울 수 있었습니다.
제가 많은 호텔들을 다녀본 건 아니지만,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국내에 있는 아코르 계열 호텔들 중 호텔나루 서울 엠갤러리가 가격대비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가 상당히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이번 방문에서 한 두 가지 맘이 쓰이는 부분이 있었던 건 사실이나, 다음에도 저는 이 호텔을 방문할 의사가 있습니다. 그때는 부디 이번과 같이 무거운 마음이 아닌 즐겁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호캉스를 즐길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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